한창이나 젊었던 시절. 고인이 된 김광석 가수는 담백하고 무덤덤하게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슬픔, 삶의 애환, 감수성 자극 등 애잔하고 무엇인가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나이 60 즈음엔 저런 노래를 담담하게 부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60대가 되었다.
2022년 8월8일 나는 속초시자원봉사센터장에 임명이 되었다. 노후 된 연탄보일러를 기름보일러 교체하는 사업 현장에 가서 열심히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수고한다고, 노고가 많다며 이야기한다. 연세가 많아 이불 빨래가 쉽지 않은 어려운 가구를 위해 빨래 세탁 봉사를 할 때 새벽부터 일하는 기술자와 자원봉사자에게도 고맙고 감사하다는 감사 인사를 드린다.
속초시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봉사단체는 거의 200여개에 달하고 자원봉사자도 2만4천명이 넘었다. 매일 매일 속초시민이 속초시민을 위한 자원봉사가 벌어진다. 우리가 알고 있을 때도 있고, 한참이나 뒤에 봉사 시간 등록할 때 아는 경우도 많다.
추석 명절 전. 많은 봉사단체가 추석맞이 대청결 사업을 벌인다. 동 주민센터가 중심이 되어서 하는 곳도 있고, 봉사단체에서 스스로 하는 곳, 시니어클럽에서 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다. 아마도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훨씬 많은 분도 많다.
우리 센터를 찾는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현장에서 만나는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5~60대가 중심이다. 70대도 상당히 많다. 이분들이 오히려 전문자원봉사자들이다. 그동안의 노하우가 가득한 노련한 전문가다.
사무실에 연세가 있는 분이 들어와 잘 알고 있는 듯이 직원과 이야기를 나눈다. 봉사 시간 5,000시간과 관련한 이야기다. 방문객이 돌아간 후에 오랫동안 접속을 하지 않아서 비밀번호를 모르는 나의 자원봉사 홈페이지 비밀번호를 초기화해서 들어가 보니 나의 봉사 시간은 100시간대이다. 나도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봉사 시간대의 차원이 다르다.
이제 60대가 되어서 김광석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그런데 젊었을 때의 감정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때는 슬픔, 삶의 애환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슬픔을 이해하려는, 이겨내려는 느낌. 역설적인 느낌이다. 마치 모든 물체가 단면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때의 감정이다. 입체 삼각형은 내면을 볼 수 있다는 느낌이다.
9월 하순 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푸르러 어디를 봐도 가슴이 확 트인다. 가을이 이쁘고 기분 좋은 것은 겨울이 뒤에 있어서이기도 하고, 뜨거운 여름이 앞에 있어서이기도 하다. 이 가을. 우리는 아침마다 각각의 시간에 맞추어 출근한다. 오늘은 어떤 얼굴로 출근을 할까? 근엄한 센터장 얼굴, 아니면 60대에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 아니면 평범한 출근자의 모습, 그것도 아니면 ….
혹시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 분들은 내일 아침 어떤 모습으로 출근하면 좋을까요? 오늘 저에게 보내온 아침 문자로 마무리합니다.
“작은 마음 하나라도 나눌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아침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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